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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유럽 도시 기행 1 by 유시민

by Digital Miner 2022. 11. 17.

유럽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문화 수도들

 

『유럽 도시 기행』은 유시민 작가가 답사한 유럽 도시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여행 서적의 여러 가지 특성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범주로 분류하기 어렵다. 그러나 도시를 여행하며 방문했던 관광지 또는 건축물과 얽힌 역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여행 역사서로 분류해도 될 것 같다. 『유럽 도시 기행 1』에서는 유럽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문화 수도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의 방문기를 다룬다.

 

아테네는 서구 문명이 태동한 진원지이다. 아테네는 고대 그리스 세계의 패권 도시 국가였지만 쇠락 후에는 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수난을 겪었다. 파르테논 신전의 역할 변화는 아테네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다신을 모시는 신전이었으나, 로마 제국은 기독교 예배당으로, 오스만 제국은 이슬람 사원으로 활용했다. 아테네의 건축물을 살펴보면 아테네 쇠락 이후 그리스 왕국이 수립되기 전까지 1500년 동안 공백기가 존재한다. 현재 아테네는 그리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과거의 영광에 비해 더욱 초라해 보인다.

 

로마는 로마 제국의 중심지로서 서구 문명을 가속 팽창시킨 도시이다. 로마는 고대, 중세, 근대의 문화 유산을 모두 품고 있다. 판테온, 포로 로마노, 콜로세오, 티투스 개선문에서 고대 로마 제국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바티칸의 존재는 유럽 중세와 르네상스를 체험할 수 있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에서는 이탈리아 반도의 통일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탄불은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렸던 비잔틴 제국의 수도이자,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다. 아야소피아는 비잔틴 제국의 기독교 교회로서 흔적과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 사원으로서 흔적을 모두 지니고 있다. 오스만 제국은 종교의 자유와 문화를 인정해주는 국가였기 때문에 이스탄불은 다양성을 가진 도시였다. 그러나 오스만 제국 몰락 후 아타튀르크가 터키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터키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이스탄불의 다양성은 희석되었다.

 

파리는 위 세 도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에 속한다. 변방 취급을 받다가 근대에 와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현대에는 인류 문명의 최전선을 대표하는 문화 도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짧은 역사로 인해 파리에서는 고대의 건축물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젊은 도시답게 오래된 건축물과 문화 공간이 관광지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생활공간으로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나는 『유럽 도시 기행 1』에서 소개된 네 도시 중 로마와 파리 두 도시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이 책의 로마와 파리 편은 2016년에 두 도시를 여행했던 때로 인도하였다. 당시에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을 읽으니 오래 전의 일이지만 그 당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도시에 대한 사전지식사전 지식 없이 여행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봤던 것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되었다. 사전 지식 없이 간 바람에 이 책에서는 소개했지만 가보지 못한 여행지에 대한 아쉬움도 느껴졌다. 책에서 베르사유 궁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가 파리를 방문했을 때 베르사유 궁전을 가지 않았다.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서 아쉽다. 저자가 루브르 박물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미술품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파리까지 왔는데 안 갈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내가 방문했던 유럽 도시들 중에서는 ‘이탈리아 최악의 도시’ 로마가 가장 인상 깊었다. 저자는 로마를 고대 건축물의 폐허라는 약간의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는 그 폐허들이 주는 인상이 매우 강렬했다.

 

이 책을 통해 가보지 못한 아테네와 이스탄불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유럽 여행의 대리 만족을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대리 만족을 넘어 아테네와 이스탄불도 꼭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특히, 아테네 여행은 예전에 계획했던 적이 있었으나, 고대 유적 몇 개를 제외하면 볼만한게 별로 없다는 주변 지인들의 만류로 계획을 변경한 적이 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아테네는 찬란했던 과거에 비해 초라해진 현실을 느끼러 가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유시민 작가는 서문에서 밝혔듯이 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를 기획 중이고, 『유럽 도시 기행 2』도 이미 출간되었다. 『유럽 도시 기행 2』에서는 『유럽 도시 기행 1』에서 예고했듯이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의 방문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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