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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당분간 인간 by 서유미

by Digital Miner 2022. 6. 1.

현대 한국 사회의 모습

 

서유미 소설집 『당분간 인간』의 단편 소설들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집에 담긴 모든 단편 소설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인물들을 이름으로 지칭하지 않고, 알파벳, 성별(남자 혹은 여자) 또는 성(姓)으로만 그들을 지칭한다는 점이다. 서유미 작가는 인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개성을 지웠다. 대신 인물들이 겪고 있는 삶이 그 인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당분간 인간’에서는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거나 물렁해지는 육체적인 증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을 보이는 고통으로 시각화하여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타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을 통해 서유미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드러난다.

 

O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못하는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O의 성격으로 살아가기에 현대 사회는 삭막하다. O가 기댈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O는 직장 동료, 이웃 주민, 심지어 친한 친구인 Q에게마저 상처를 받게 된다. O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으면서 딱딱해진 몸이 점점 갈라지다가 결국 부스러져버리고 만다. Q는 O가 산산조각이 난 광경을 보고 슬퍼하기는커녕 어떻게 부스러기를 치울까 고민한다.

 

서유미 작가는 ‘당분간 인간’이라는 제목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현대 사회를 비판한다. 당분간만이라도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싶지만 현대 사회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소극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한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원하는 요소를 지니지 못한 O라는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현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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