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가면산장 살인사건 by 하가시노 게이고

by Digital Miner 2022. 6. 1.

진정한 반전

 

다카유키 약혼자 도모미는 결혼식을 앞두고 운전부주의로 절벽에 떨어져 사망한다. 도모미가 죽은 후에도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부모 노부히코, 아쓰코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얼마 후, 노부히코는 가족들이 모이는 별장에 다카유키를 초대한다. 이 별장에 온 사람은 다카유키, 노부히코, 아쓰코, 도모미의 오빠 도시아키, 도모미의 사촌동생 유키에, 도모미의 6촌이자 도모미 삼촌의 추치의 기도, 노부히코의 비서 레이코, 도모미의 친구 게이코로 총 8명이다. 이들이 별장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은행 강도 진과 다구가 별장에 침입한다. 그리고 강도 일당의 다른 동료 후지가 올 때까지 그들은 강도 일당의 인질이 된다. 노부히코 가족들은 강도로부터 탈출을 시도하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다가 유키에가 살해당하는 끔직한 사건이 벌어진다. 노부히코 가족들은 강도 일당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유키에를 살해한 진범을 밝혀내야하는 상황에 닥친다. 범인은 레이코의 추리를 통해 밝혀진다. 유키에는 다카유키를 사랑하여 그를 도모미로부터 빼앗기 위해 도모미를 살해했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노부히코가 유키에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다. 다카유키가 도모미를 죽인 것이었다. 다카유키의 정체가 밝혀지자 또 다른 반전이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이 다카유키의 살의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노부히코 가족들의 연극이었던 것이다.

 

이 소설 겉표지에 반전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해가면서 읽었다. 소설의 흐름은 내 추리대로 흘러갔다. 저자는 다카유키 생각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 기술 방식을 취했다. 이 서술방식에서 눈치를 챘다. 타카유키의 생각을 드러내어 그가 도모미의 죽음과 관련이 없다는 듯이 저자가 고의적으로 타카유키를 용의자에서 분리시키려는 의도에 의심이 갔다. 도모미의 죽음으로부터 다카유키의 상관성을 약화시킴으로써 오히려 다카유키가 도모미를 죽였다는 것을 역으로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가면서 반전에 대한 시시함을 느꼈다. 그리고 왜 책 겉표지에 반전라고 써놨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반전을 의식하면서 읽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다카유키가 도모미를 죽였다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반전에서 당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게 다카유키의 살의를 밝히려는 노부히코 가족들의 연극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아니 예측이 불가능했다. 이 방식은 반전 요소를 만들기 위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반전 요소를 심어놓겠다고 전체 이야기를 허구로 만든 꼴이기 때문이다. 독자 입장에서 처음에는 반전으로 인해 충격을 받게 되지만 반전에서 오는 결과는 허무함이다. 전체 내용을 연극이라는 허구로 만드는 행위는 반전에서 오는 여운을 저자 스스로가 제거해 버리는 짓이다.

 

반전은 여운을 이끌어 내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하는 진정한 반전이 어디에 있나 찾아보았다. 이 소설에서 여운이 남았던 장면은 도모미가 자살할 때 취한 행동이다. 도모미는 다카유키가 살의로 수면제를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상실감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자살로 인해 다카유키가 살인 혐의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필 케이스에 들어있는 수면제를 버리고 진통제를 넣는다. 다카유키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그녀를 배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은 도모미의 사랑, 이것이 저자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이고 진짜 반전이었던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