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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에디톨로지 by 김정운

by Digital Miner 2022. 6. 1.

인간 세상은 온통 편집된 결과물

 

『궁극의 인문학』에 김정운의 인터뷰가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창의성은 편집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그의 저서인 『에디톨로지』를 펼쳐보게 되었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편집이 수반된다. 편집은 인간이 어떤 대상을 인식할 때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자신이 그 대상에서 보고 싶은 일면만 인식하고 나머지는 측면은 무시한다. 인식된 정보는 기억에 의해 또 편집된다. 인간은 자기가 처한 맥락에 따라 기억을 편집하며 관점을 달리한다. 그래서 공간은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공간이라는 맥락이 바뀔 때 마다 인간의 사고가 편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결국 인간 세상은 온통 편집된 결과물인 것이다.

 

『에디톨로지』에서는 창조는 편집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간이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냐에 따라 창조성이 바뀐다는 뜻이다. 창조성을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온몸으로 사고하자』라는 책이 떠올랐다. 『온몸으로 사고하자』에서도 창의적 사고를 언급한다. 디자인 사고가 결국 창의적 사고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디자인 사고 과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디자인 사고 과정 중에 기존의 분류에 따라 나눠진 대상에 대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적고 이 포스트잇을 기존 분류 기준에서 해체하여 새로운 항목을 구성하는 과정이 있다. 디자인 사고 과정은 포스트잇이라는 정보들을 결합하여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는 독일 학생들이 카드를 이용하여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카드를 자기의 입맛에 맡게 분류하는 과정과, 마우스를 이용하여 네트워크 지식을 형성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즉 디자인 사고 과정은 에디톨로지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에디톨로지』에서 편집된 인간의 모습이 낱낱이 파헤쳐진 실상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안겨준다. 한 개인의 가치관은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인 맥락에서 편집된 결과이다. 본인의 가치관만으로 세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독서를 통해 사고의 유연성을 실현하고 여행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몸소 체험하여 편향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깨달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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