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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배터리 전쟁 by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by Digital Miner 2023. 2. 26.

글로벌 배터리 산업

 

기후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연합 국가들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고 전기차로 대체하려고 한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이 핵심이지만, 전기자동차는 배터리가 핵심이다. 배터리 시장을 차지하는 기업이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배터리 전쟁』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주요 국가 및 기업들의 배터리와 둘러싼 역사를 다루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배터리는 광물 의존 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이기 때문에, 리튬 광산 및 리튬 염원을 보유한 국가가 중요하다.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는 라틴아메리카의 리튬 삼각지대라고 불린다. 리튬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국가들에는 리튬을 채굴 및 가공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없다. 외국 기업들과 협력하여 리튬 사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이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정치 상황에 따라 계약이 파기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독일 기업 ACISA가 볼리비아 정부와 수산화리튬 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했으나 1년 만에 대통령령으로 파기해버린 것이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내연기관차 시장을 건너뛰고, 전기차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전기차 산업을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비야디, 간펑 리튬, 텐치 리튬 등의 기업들이 혜택을 받았다. 비야디는 일본 배터리에 의존하여 전기차 산업을 시작하였으나, LFP 양극재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면서, 수직계열화하게 되었다. 간펑 리튬과 텐치 리튬은 전 세계를 누비며 리튬 광산과 염원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시대에 한국 배터리 생산 업체와 양극재 생산 업체들 덕분에 한국이 수혜국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적 우위를 차치하더라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해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글로벌 시장에서 따돌릴 수 있다. 『배터리 전쟁』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선전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역할의 중요성도 깨닫게 해준다.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의 주요 리튬 광산 및 염원의 지분이 상당하다. IRA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리튬 수급에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광물은 광물 매장 국가의 정치와 얽매여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광물 매장 국가들의 국민 정서가 리튬 확보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기업들이 리튬 광산 및 염원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채굴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의 외교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배터리 전쟁』에는 한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 이 책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진정한 배터리의 나라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 배터리 산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어 보인다. 짤막하게 LG화학과 포스코가 등장하지만, LG화학과 포스코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언급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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