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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by 마이크 브라운

by Digital Miner 2023. 2. 6.

명왕성 퇴출기를 통해 본 천문학과 천문학자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의 저자 마이크 브라운은 태양계 행성에서 명왕성 퇴출을 목표로 연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열 번째 태양계 행성을 찾다가 역설적이게도 태양계 행성을 여덟 개로 되돌려버린 장본인이 되었다. 저자는 열 번째 행성을 찾기 위해 해왕성 궤도 너머 카이퍼 벨트를 관찰하며 여러 천체들을 발견한다.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에레스(제나)를 발견하면서 명왕성의 운명이 바뀌게 된다.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레스 또한 행성이어야만 했다. 국제천문연맹은 에레스를 열 번째 태양계 행성에 포함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에서 국제천문연명이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논리로 에레스뿐만 아니라 세리스와 카론도 행성에 추가하려고 했다. 저자는 이에 분개하여 에레스는 행성이 아니며, 명왕성 또한 행성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게 된다. 결국 국제천문연맹에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하는 결의안만 채택되면서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강등당하게 된다.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를 읽으면, 제목 그대로 명왕성 퇴출과 둘러싼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명왕성 퇴출기이기 이전에 마이크 브라운의 에세이이기 때문에, 천문학의 세계와 천문학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명왕성 퇴출기를 읽으면서 명왕성 퇴출에 많은 저항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까지 갈등을 겪는다. 명왕성 퇴출을 주장했을 때, 본인이 열 번째 행성 발견자가 될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중에게 미칠 파급력을 고민했다.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에 따라 명왕성이 행성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명왕성에 감정 이입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명왕성이 발견되었던 당시에도 명왕성이 행성으로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단지 명왕성을 소행성으로는 분류할 수 없어서 행성으로 분류한 것뿐이다. 에레스의 발견 여부와 관련 없이 명왕성이 카이퍼 벨트의 왜소행성 중 하나로 분류되는 것은 합당해 보인다.

 

명왕성이 행성으로 분류된 근본적 원인은 행성에 대한 과학적 정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천문학에서는 천체 용어들에 대한 개념은 존재하지만,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행성은 국제천문연맹을 통해 정의된 최초의 천체 용어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천문학자의 연구 활동을 엿볼 수 있으나, 이는 마이크 브라운이라는 특이한 천문학자의 연구 활동이지, 일반적인 천문학자의 연구 활동은 아니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일반 대중은 천문학자가 새로운 별을 찾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주로 19세기의 천문학자가 했던 일이다. 새로운 별을 찾는 일을 하는 현대 천문학자는 드물다. 주로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별을 찾고, 프로페셔널 천문학자는 천문학적으로 더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한다.

 

최근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에 올라갔다. 망원경이 우주의 어두운 지점을 촬영했더니 어둠 속에도 무수히 많은 외계 은하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우주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저자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속한 태양계도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새로운 행성을 찾는 연구를 했고, 비록 행성이 되지는 못했지만 카이퍼 벨트의 천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명왕성 퇴출이라는 태양계에 대한 관념을 뒤바꿀만한 기여도 하였다. 저자는 해왕성 근접 천체들의 타원 궤도가 한쪽에 쏠려있다는 것을 근거로 무거운 행성이 숨어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몇 안 되는 새로운 별 찾기의 계승자로서 저자가 아홉 번째 행성을 찾아서 다시 한번 태양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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