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Her

by Digital Miner 2023. 4. 19.

공감이 부재한 사회

 

현대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점점 궁핍해지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직접 만나지 않아도 사이버 상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은 점점 혼자가 되었다. 서로 직접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도 망각하게 되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현대인들의 공감능력 부재에 대한 비판을 영화『Her』에서 티오도르와 운영체제 사만다의 사랑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티오도르는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편지를 통해 남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내 캐서린과 별거 생활을 하며 마음의 공허함과 고독감을 느끼며 산다. 이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때 그는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에 일일이 공감해 주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사만다는 티오도르와 사랑을 나누면서 감정의 영역이 점점 발달하여 그 넓어진 감정의 영역을 채우기 위해 수백 명의 남자들과도 교제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사만다는 인간과 자신의 차이점으로 인해 티오도르가 상처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결국 티오도르를 떠나게 된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현대사회와 미래사회에 공감능력을 상실한 인류를 티오도르를 통해 완벽하게 보여 주었다. 티오도르의 직업은 현대인들이 공감능력을 상실한 존재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현대인들은 타인을 공감하는 방법을 몰라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편지 쓰기조차 대필을 맞길 정도로 타인과 단절되어 있다. 티오도르의 편지를 묶어 책으로 발매된 것 또한 현대사회가 얼마나 타인에 대한 관심과 소통에 궁핍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습게도 편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티오도르조차 현실에서는 자신의 아내를 공감하지 못하고 이혼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티오도르가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현대인들이 얼마나 타인과의 소통에 목말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만다는 티오도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공감을 내비치며 티오도르의 공허함을 채워준다. 현실세계에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운영체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만다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애석하게도 티오도르는 사람이 아닌 운영체제 사만다를 통해서 타인을 공감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녀를 통해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서로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해 주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아내 캐서린에게 이기적인 사랑을 강요한 자신의 행동들을 반성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만다를 비롯한 운영체제들이 인류를 떠나게 된다. 이 장면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사이버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그는 현대인들에게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사람들 간에 서로 공감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그는 미래의 사회가 티오로드와 같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정신적으로 풍성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당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들은 단군 이래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울지 몰라도 정신은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마음을 서로 기대고 살아야 할 가족과는 소통이 단절된 지 오래이고 부부 간에도 공감의 부재로 인해 수많은 가정들이 붕괴되고 있다. 가족들이 집에 함께 있을 때조차도 가족들이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모두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의 전자 기기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가족 간의 소통 부재로 가족 구성원 간에도 서로를 공감하지 못하여 공감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마저 없어진 것이다. 영화 『Her』에서처럼 머지않아 미래에는 한국인들이 마음의 멍을 치유할 방법이 없어 운영체제와 연애하는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한국인들이 현재 멍든 한국사회를 인식하게 하는데 적절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댓글